Page 99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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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오동나무 호랑가시나무
을 먹게 된다고 하여 이밥나무라 불렸으나 그 정확한 이름은 이팝나무다. 이팝나무의 꽃이 잘 피면
풍년들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는 것은 아마도 식물들이 적절한 수분이 공급되었을 때 꽃이 잘
피기 때문에 생긴 말일 것이다. 이팝나무의 개화시기가 벼 못자리철로 그 때는 물이 많이 필요하므로
수리 시설이 변변치 못한 시절에 그 때의 일기가 농사의 풍·흉과 깊이 관련되어 생긴 말인 것 같다.
집 안마당에 우람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 호랑가시나무는 아버지 살아생전에 심으신 것이다.
호랑가시는 부안지방의 천연기념물로 한 겨울에도 푸른 잎을 자랑하는 상록수에도 속하는 식물이
다. 어원은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잎 가장자리에 돋아난 가시로 등을 비벼 긁는다는 뜻에서 유래
하며, 그래서 ‘호랑이등 긁게 나무’ 혹은 묘아자 나무라고도 하였다. 음력 2월에 호랑가시의 나무를
꺾어다가 정어리의 머리를 꿰어 처마 끝에 매달아 놓으면 정어리의 눈알로 귀신을 노려보고 호랑가
시나무의 가시로는 귀신의 눈을 찔러 물리친다는 속설이 있다. 4~5월에 하얀 꽃이 핀 후 가을에 붉
게 변한 열매들이 풍성하여 이듬해까지도 열매가 달려 있는데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보내던 시
절에는 그 카드그림에 단골로 등장했던 식물이기도 하다. 큰 나무 아래에 씨앗이 떨어져 새로운 호
랑가시나무가 많이 있으나 옮겨 심으려 하니 잘 캐지지 않아 그대로 방치해둔 상태지만 우연찮게 종
자가 멀리 떨어져서 새롭게 싹을 틔운 것이 있어 여러 개체를 키우고 있는 중이다.
또한 정원 중앙에 꽃은 피지 않지만 잎과 나무의 자태가 아름다워 심은 태산목과 가을이면 붉게 물
드는 단풍나무 사이로 눈향나무가 어지럽게 가지를 뻗고 있다. 이런 나무들은 계획적으로 조경을 위
해 심은 것이 아니고 나무를 살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사서 심은 것들이어서 제멋대로 자리하고 있
어서 조만간 잘 정리할 필요가 있는 식물이다.
5달콤함을 선사한 - 과일나무
관상수와는 달리 우리에게 달콤함을 선사한 과일나무가 심겨 있는데 대표적으로 감나무를 들 수
있다. 어렸을 적에는 집에 감나무가 많지 않아 추석 무렵이 되면 재실에서 감을 따서 가마니로 보내
왔던 것이 기억난다. 아직 완전히 익지 않아 떫은맛이 많은 감은 어머니가 항아리에 따뜻한 물을 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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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부안도_내 고향 외하리의 식물이야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