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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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밑에 화사한 얼굴을 내민 나리꽃(필자의 그림) 해질녘의 칸나(필자의 그림)
때문에 부활절 백합(Easter lily)이라고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나리라 불리는 노랑이나 주황색 등 유
색 품종은 초여름에 개화하는데 지금은 많은 원예품종이 보급되어 개화 시기가 일정하지는 않다. 위
의 그림은 여러 종류의 나리품종 가운데 담벼락에 고즈넉이 얼굴을 수그리고 핀 나리의 모습이 인상
적이어서 그 표정을 살려 그린 것이다.
또한 백합이나 수선화처럼 가을에 구근을 심어 이른 봄에 개화하는 튤립이 있지만 튤립의 구근은
바이러스에 취약하여 대부분을 수입에 의지하므로 그 값이 비싸고 흔치 않은 탓에 시골집에서 잘 볼
수 있는 꽃은 아니었다.
가을에 심는 구근류와는 달리 내한성(耐寒性)이 없어 봄에 구근을 심어 여름에서 가을 동안에 꽃
을 피우는 달리아, 글라디올러스, 칸나 등이 있는데, 달리아는 그 구근이 고구마처럼 생겨서 다음해
에 하나씩 떼어서 심으면 그 개체수를 늘릴 수가 있었으며, 줄기 끝에 풍성하게 여러 겹으로 피는 모
습이 소박한 느낌마저 주는 꽃이다. 칸나는 노랑색과 빨강색의 꽃이 피는데 빨강색으로 피는 품종을
홍초라고 불렀으며 비교적 잎이 넓어서 면적이 넓게 차지하는 식물로 더운 여름날에 빨강 꽃과 초록
의 넓은 잎을 보면 오히려 시원스런 느낌마저 들었다. 칸나가 아직 꽃을 피우기전 무리지어 있는 모
습을 보고 예전에 집에 심었던 칸나가 생각나서 캔버스에 옮겨 보았다.
094 부안이야기·2018년/겨울/통권제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