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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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정원의 구성요소 - 관상수
박태기나무 옆에 할머니께서 두 팔을 뻗어도 잴 수 없을 만큼 컸던 우람한 오동나무가 자리하고 있
었다. 오동나무는 5, 6월에 연보라 빛으로 종모양의 꽃이 환하게 피었는데 비바람이 불면 그 연보라
빛 오동나무 꽃들이 나무 밑에 우수수 떨어진 모습조차도 예쁜 자태를 보였었다. 딸이 태어나면 시
집갈 때 좋은 장롱을 만들기 위해 심었다는 오동나무는 다섯 번 정도 베어낸 후에 자란 것이 줄기 가
운데가 비지 않아서 목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하는데 확인해보지는 못하였다. 예쁜 자태를 뽐내던 박
태기나무를 비롯하여 육중했던 오동나무도 새롭게 집을 지으면서 모두 사라진 것이 아쉽다. 다만 지
금도 집 뒤란으로 커다란 오동나무 한 그루가 집을 지키는 것 같아 그 오동나무에 애정이 갈 뿐이다.
형제들이 성장하고 각자 생활터전으로 옮겨가니 우리들이 태어났던 집에 사람이 살지 않게 되어
그 집을 허물게 되고 옆에 있는 우물조차도 메워버렸는데 그 집터와 우물 메운 터를 포함하여 앞 텃
밭과 대문 옆에 몇 해 전에 이팝나무를 심었다. 빈 땅으로 놓아두니 잡초가 무성하여 나무를 심게 되
었는데 심은 이팝나무가 꽃을 피울 즈음엔 하얗게 무리지어 피는 이팝나무 꽃이 향기까지도 발하니
집안이 화사해진 느낌이었다. 대문 옆에 심은 이팝나무도 화사하게 꽃을 피워 집안을 드나들 때마다
순백의 꽃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는 중이다. 이팝나무 꽃이 만개하면 그해는 풍년들어 이밥(쌀밥)
집 앞과 대문 옆에 심은 이팝나무(개화한 이팝나무 위로 멀리 오동나무가 보임)
098 부안이야기·2018년/겨울/통권제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