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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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에 대하여 이와 같이 소개한 뒤, 『반계유고』는 주체의 내면적(이론적) 확립을 알 수 있는
                             책이고, 『반계수록』은 주체의 정치적 실천을 파악할 수 있는 책으로서, 양자는 서로서로 보완이 되
                             는 성격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루어졌던 후자에 대한 연구는 전자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

                             서 진행한 연구였기 때문에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반계유고』의 번역과 주석 작업은 상당한 기간에 걸쳐 1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여 진행하였고,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의 재정적 도움도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학 연구 분야에 최고의 명망을 지
                             닌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임형택 선생이 원문교감에서 번역과 주석·윤문에 이르는 제반 과정을 주

                             도하였으며, 김지영, 손혜리, 안나미 등등의 참여자들이 분담해서 초고를 작성하고, 원문과 번역문
                             을 대조해 읽어가면서 토론·조사하고 수정해 나가는 방식의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반계유고』의 면모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제1부에는 운문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
                             데, 「사잠」, 「금명」 등 7제의 운문적 성격의 작품들과 한시 169제 211수, 그리고 시조를 한시로 번역
                             한 「속가 번역」 17수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2부에는 「귀거래사, 도연명에 화답하여」, 「『반계수록』
                             후기」, 「『동국문』 후서」 등등의 산문 16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제3부에는 이현일의 「둔암유공『수록』

                             서」, 윤증의 「발『수록』」, 이익의 「『반계수록』서」 등등으로부터 『반계선생연보』에 이르기까지의 관
                             련 자료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수록한 글의 원문은 일괄하여 뒤에 붙였습니다.
                               이제 제1부에 수록되어 있는 몇몇 시 작품들을 읽어 감상하면서 이 책의 가치를 느껴보도록 하겠
                             습니다. 가장 앞머리에 실려 있는 압권은 21쪽의 「사잠四箴」이라는 작품입니다.






                                     도(道)에 뜻을 두고도 확고히 서지 못하는 까닭은 뜻이 기질(氣質)로 인해서 게으르게 된
                                   잘못이다. 숙흥야매(夙興夜寐)를 능히 하지 못하고, 의관을 바로하고 시선을 정중하게 하지
                                   를 못하며, 어버이를 섬김에 안색을 화(和)하게 하지 못하고, 가정에서 생활할 적에 서로 공
                                   경히 대하지 못하는 이 네 가지 문제점은 외적으로 나태한 데다 심중에서 가다듬지 못한 때

                                   문이니 응당 깊이 반성해야만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네 가지 잠(箴)을 지어 스스로 경
                                   계한다.


                                      사람의 마음은 본디 비어 있는데
                                      기질로 인해서 맑게도 되고 탁하게도 되느니라.
                                      새벽에 일찍 일어나고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라.
                                      의연하고 강강(强剛)하여 아무쪼록 힘써 게을리 말라.
                                      나태한 태도를 없애고 보면
                                      도(道)로부터 멀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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