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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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어 물색은 때에 따라 새로워라.
                                      매일 쓸 것 근심하니 도리에는 못 미치나

                                      옛말을 즐기며 본성을 깨닫는다오.
                                      느지막이 취해 날 저무는 줄 모르다가
                                      일어나 대숲을 보니 더욱 마음 흡족하네.








                               위 작품은 반계 선생의 나이 43세인 1664년 ‘갑진(甲辰)’에 창작한 시로, 성순경이라는 인물이 보
                             내온 시에 화답하여 지어준 것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제1, 2구는 세상을 아예 등진 것과는 구별되는 자신의 우반동 생활을 밝혔으며,
                             제3, 4구는 우반동에서 바라보이는 수려한 자연 환경을 간략히 묘사하였습니다. 제5, 6구는 일상과
                             이상을 조화롭게 실천하고 있는 자신의 삶을 표현하였고, 제7, 8구는 자신의 현재 생활이 세상을 등
                             진 사회적 도피는 아닌지 대나무를 통해 성찰하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주체의 확립과 사회적 실천은 서로서로 보완이 되는 성격을 갖습니다. 주체가
                             확립되어야 사회적 실천이 가능하며 동시에 사회적 실천을 통해서 주체는 더욱 확고하게 수립되는
                             것이지요. 이 작품에서 주체의 확립과 사회적 실천을 끊임없이 점검하여 고도의 경지에 이르도록 승
                             화시켰던 선생의 투철한 공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반계유고』에 수록되어 있는 몇몇 시 작품들을 감상해 보았습니다. 제1부의 나머지 작
                             품들도 천천히 한 수 한 수 읽어보면, 반계 유형원 선생이 가족 및 친구와 소통하는 생활인으로서 그

                             때그때 느꼈던 일상의 감정과 생각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으므로 선생의 성품, 기상, 교양, 취미 등
                             인간적 면모를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제2부의 저술과 제3부의 자료를 통해서는 선생의 학
                             문과 사상 및 『반계수록』이 후세에 끼친 영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소개는 짧은 지
                             면 관계로 생략하였습니다.

                               요즈음은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이 매우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따진다면 최고의 취미 생활은 뭐니 뭐니 해도 책을 읽는 것입니다. 또한 혼자 놀
                             줄 아는 사람이 노년에도 행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혼자 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책과 노
                             는 일일 것입니다. 『반계유고』라는 책을 가지고 반계 유형원 선생을 만나 틈틈이 대화한다면, 여러

                             분의 가슴에 살아있는 물 ‘활수(活水)’를 끊임없이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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