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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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관을 바르게 하고
                     시선을 존엄히 하라.
                     마음을 가라앉히고 용모를 엄숙히 함에

                     하나를 위주로 하고 두 마음을 품지 말라.
                     반드시 모범이 되고 단정히 하며
                     넘치거나 치우치지 말라.
                     ……







              위 작품은 선생이 21세였던 1642년 ‘임오(壬午)’에 지은 것인데, 제목에 쓰인 ‘잠(箴)’이란 ‘바늘’의
            뜻으로 마음이 해이해질 때마다 바늘로 찌르듯이 아프게 경계한다는 말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 선생이 젊은 시절부터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들며 학문에 열중한다’, ‘의관을

            바로하고 시선을 정중하게 한다’, ‘어버이를 섬김에 안색을 부드럽게 한다’, ‘가정에서 생활할 적에
            서로 공경히 대한다’는 네 가지 원칙을 가지고 이를 어기지 않기 위하여 끊임없이 경계하면서 공부
            하였던 투철한 분이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52쪽의 「겨울산」이란 작품을 읽어보겠습니다.






                     세모(歲暮)에 눈서리 쌓여

                     온갖 초목 다 시들었거늘.
                     저 남산의 소나무 한그루
                     푸르고 푸른 절개 홀로 우뚝하여라.






              위 작품은 선생이 29세였던 1650년 ‘경인(庚寅)’에 지은 것인데, 누군가의 명으로 즉석에서 입으
            로 읊었다는 주석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도연명(陶淵明)이 지은 작품으로 알려진 「사시(四時)」의 마
            지막 구인 ‘겨울 산마루에는 외로운 소나무가 빼어나다[冬嶺秀孤松]’를 제목으로 삼은 것입니다.

              일반 초목들은 봄여름에는 무성한 자태를 뽐내다가도 눈서리가 몰아치는 겨울이 다가오면 일시에
            시들고 맙니다. 하지만 모진 풍상이 몰아쳐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사시사철 꼿꼿하게 서 있는 남산
            소나무의 모습은 이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이에 선생은 일반 초목의 생태에서 세속적 이익을
            위해 모략과 변절을 일삼는 소인의 모습을 느끼고, 남산 소나무의 꿋꿋한 형상에서 모진 역경에도






        114  부안이야기·2018년/겨울/통권제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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