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부안이야기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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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회·원·이·야·기




















             인생 2막에서 만난 『부안이야기』










              오희선 진서면 운호















              “흐르다 머문 자리/ 구름 쉬어 하늘가는/ 운호리 옛터에…”



              지난 2009년 변산반도에 터를 잡고 집을 지었을 때 지인이 쪽창 커튼에 써준 시의 첫 소절입니다. 참 많이 돌
            아다녔습니다. 인생2막 무대를 어디에 설치할까…
              가평, 양평, 홍천… 전국을 싸돌다 발길 멈춘 곳이 변산반도 운호 마을입니다. 신선봉과 그 자락이 삼면을 둘러

            싸고, 앞에는 곰소만, 옆으로 운호천이 흐르는 터를 보는 순간 심장은 널뛰고 두 눈은 멀었습니다. 얼굴도 모르
            는 땅 주인과 통화만 하고 계약서도 없이 땅값 송금했으니 때로는 당시를 생각하며 혼자 웃습니다.
              이곳에 온지도 어언 10년입니다. 신선봉 아래서 책을 읽으며 신선처럼 살겠다던 꿈은 버린 지 오래됐습니다.
            대신 몇 가지 직업이 새로 생겼습니다. 장화 신고 호미 든 손을 보니 머슴이고, 청소하고 설거지 도맡으니 가사

            도우미입니다. 강의하러 다니는 아내 대신 차를 운전하니 대리운전기사, 꽃 키우고 잔디밭 관리하니 정원사가
            추가됩니다.
              ‘비움’과 ‘조화’라는 거창한(?) 깃발 휘날리며 시작한 시골살이 – 어쩌면 둘 다 이룬 것 같습니다. 백수 10년에
            주머니 탈탈 털렸으니 ‘비움’은 성취됐고, 애써 키운 농작물을 멧돼지와 고라니, 어치 등과 반반씩 나눠먹으니 자





        118  부안이야기·2018년/겨울/통권제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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